다른 날 보다 일찍 아침을 먹고 패니어를 실으려는데 때마침 비가 쏟아졌다.
'어쩔 수 없지'
방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1시간가량 한숨자고 일어나니 비가 그쳐있었다. 체크아웃을 하고 출발하려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디카를 들고 나오셨다. 그렇게 얼덜결에 사진을 찍고 출발했다.
카라쿨을 조금 벗어나자, 예상대로 1차선 왕복 비포장도로가 나타났다.
오늘의 루트에 급한 오르막은 없다. 30~40km 정도를 달렸을까. Issyk-kol 호수가 나타났다. 키르기스스탄에서 가장 큰 호수이며, 세계에서 두번째로 크다.
구글맵 상에서 보더라도 그 크기가 어마어마한데, 선뜻 보면 바다로 착각할 정도다.
바다가 없는 나라지만, 이곳 사람들은 이곳을 바다로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이후 호수를 오른쪽에 두고 달렸다. 앞으로 200km 가까이는 호수를 끼고 달려야 한다.
중앙아시아에 들어와서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을 거의 볼 수 없다. 지금까지 여행한 동남아시아 국가들과는 판이하게 대조적이다. 그래도 아주 드물게 보는데 이들은 오토바이 여행자들이다. 돌이켜보면, 도로에서 자전거 여행자를 본 게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다. 아마도 미얀마가 마지막이었다.
도로에서 오토바이 여행자들과 마주치면 어김없이 서로의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무언의 약속이라도 한 듯이.
한창 달리고 있는데, 도로 옆에 오토바이 한대와 텐트 한 동이 보인다. 그리고 그 앞에 두사람이 뭔가를 하고 있다. 다가가보니, 오토바이를 수리 중이었다.
'무슨 사고가 난 건가요?'
'아뇨. 핸들 쪽에 문제가 있어서 고치는 중이에요'
그렇게 그들은 영어로 답했다.
그들은 러시아에서 왔고, 어제 저녁 무렵부터 문제가 생겨 그곳에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냈다고 했다.
'호수 근처에 텐트를 쳐도 되나요? 무료인가요?'
'물론이죠. 보시다시피. 어젯밤에 우리는 여기서 잤는 걸요.'
놀랍게도(?) 그들은 형제간이라고 했다. 한 오토바이에 둘이 타고 여행을 하고 있다니. 한편으로는 그들의 우애(?)가 부러웠다.
'오늘은 어디까지 가세요?'
'수리가 끝나는 대로 비쉬켁에 갈거에요'
'거기라면 여기서 200km 도 넘는 거리인데, 대단하네요.'
'도로의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에 최대 1500km 를 달린 적도 있는걸요.'
비쉬켁이라면, 앞으로 3~4일은 더 달려야 도착할 예정이었다. 무비자인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까지 갈 거라고 했다(그들은 러시아 사람이었다).
그들과 헤어지고 야영 준비를 했다. 부식을 구하기가 용이하도록 가게로부터 약 1.5km 정도 떨어진 곳, 그리고 도로나 외부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나무 뒤에 자리를 잡았다.
출렁이는 호수 물소리를 들으며 자는 밤이 될 것이다.
Ps. 인도에 어딜가나 간디(MG) 로드가 있었다면 이곳에는 어딜가나 레닌 로드가 있다.
Ps2. 혹시나 했는데 생각보다 인터넷 속도가 꽤 잘 나온다.
<숙소 주인아주머니. 손수 배웅을 나와주셨다>
<이동식 놀이기구가 마을에 찾아왔다. 동네아이들이 가장 신났다>
<바다 처럼 보이는 호수 이식쿨>
<호수를 오른쪽에 두고 달린다>
<호수 뒤로 설산이 보인다>
<우애가 돈독했던 러시아 형제>
<호수 모래사장에 텐트를 쳤다>
[로그 정보]
달린 거리 : 120.701 km
누적 거리 : 15500.241 km
[고도 정보]
[지도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