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비니행 버스가 오전 6시 30분에 출발하는 만큼, 새벽 3시에 일어나 짐을 챙겼다.
오전 5시 30분에 숙소를 나와, 6시 무렵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티켓을 샀던, 버스회사 카운터에 갔더니, 사람이 없다.

'버스를 어디서 타야하지?'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받아, 타야할 버스를 알아냈다. 혹시했지만, 내가 생각했던 '디럭스(delux) 버스' 는 아니다.
티켓 가격인 550 루피를 생각하면 적당한 상태(?)의 버스다. 최소 7~8 시간은 족히 걸린다고 알고 있기에, 출발직전 화장실에 다녀왔다.

버스는 거의 정시에 출발을 했는데, 조금 놀랐다. 인도와 마찬가지로 30분~ 1시간 정도 늦을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나의 생각이 오해(?)였음을 알게되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 버스는 룸비니까지 한번에 가는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정확히는 도로에 서서 버스를 기다리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있으면) 버스를 세우고 승객을 태웠다.
또한 카트만두를 빠져나오기 전까지, 한 시간 가량 정차를 하고 손님을 기다렸다.

룸비니까지 왕복 2차선 도로가 이어졌는데, 중간 중간 산사태등으로 공사 중이거나, 사고가 난 경우에는 한참 동안이나 차 안에서 기다려야 했다.

점심 무렵, 휴게소 같은 식당 앞에 정차했는데 머리가 아프고 속이 메스꺼려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버스는 결국, 총 12시간을 달려 오후 6시 룸비니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한가지 다행인 점은 20km 정도 떨어진 Bhairahawa 까지 가는게 아니고, 룸비니까지 갔다는 것. 그래서 덕분에 갈아타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

이곳에는 각 나라마다의 사찰들이 모여있다. 그 중 숙박이 가능한 우리나라 사찰인 대성 석가사로 향했다. 중국 사찰의 바로 맞은 편에 위치하고 있고, 입구에 'Korean temple' 이라는 글자가 보였다.

체크인을 하기위해 사무실에 들어갔는데, 그곳 직원이 지금 저녁 공양 시간이니 밥 부터 먹으라고 했다. 듣던대로 반찬으로 양배추와 무 김치가 나왔다. 그 외에도 네팔식 커리향이 나는 감자 볶음 요리, 된장국 등이 나왔다. 자리에 앉아 식사하는 사람들을 보니, 서양사람들도 꽤 보인다.

식사 후, 도미토리 방을 배정받았다. 특이한 점은 잠자리 마다 모기장이 있다는 것.

오후 8시 무렵 전기가 나갔다. 앱 상으로는 전기가 들어와야 할 시간이지만, 이와 상관없이 자정까지 정전으로 계속되었다. 이곳은 비상 발전기가 없어서 정전이 되면 그야말로 암흑천지가 된다. 핸드폰으로 불을 밝혀보지만, 그닥 할 만한 일이 없다. 그저 누워서 자는 일 밖에는.

정전이 되었으니, 당연히 천장의 pan 은 안 돌아가고, 밤 늦도록 열대야 때문에 잠을 이루기 어려웠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 만이 아니었다. 바로 모기였는데, 수십마리의 모기들이 방안을 날아다녔고, 심지어 모기장 안까지 들어와 자는 내내 괴롭힘을 당했다.
생각같아서는 가지고 있는 모기향과 스프레이를 뿌려 박멸하고 싶었지만, 나혼자 쓰는 방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럴수도 없었다.
그렇게 새벽 녘에서야 어렵게 어렵게 잠을 이룰 수 있었다.

PS. 사찰임에도 불구하고 WiFi 가 된다. 물론 속도는 왠만한 웹 페이지를 보기 힘들 정도로 느리지만. 그러고보면 이제 WIFI 가 안되는 곳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룸비니까지 타고갈 버스>


<Free 도 아니었고, WiFi 도 안됐다>

<앞쪽에서 사고가 난 듯하다>

<꽤나 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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