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을 떠나는 날. 어제 사무실 직원에게 비와라와까지 가는 버스를 타는 곳과 시간을 물어봤었다. 아침 공양을 마치고 짐을 싸서, 8시 무렵 석가사를 나왔다.
현지인들로 만원인 미니버스를 타고 거의 한시간 가량을 달려 비와라와에 도착했다. 지도 상으로는 인도 국경까지의 거리가 가까워 보였지만, 구글맵으로보니, 약 5km 다.
국경으로 방향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인도 국경을 넘는 순간, 네팔 루피를 쓰지 못한다는 글을 봤던 터라, 가는 도중에 환전소에서 가진 네팔 루피를 모조리 인도 루피로 바꿨다.

이미 몇 번이나 육로 국경을 넘어봤지만, 항상 긴장하게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국경에 가까워져 오자, 환전소들과 시장이 나타났다. 그리고 네팔 이미그레이션 오피스가 보였다.

순서상 네팔 출국 → 인도 입국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사무실로 들어갔다. 별 문제없이 출국도장을 받았다.

네팔 국경과 인도 국경을 표시한 문(?)을 지나, 인도쪽 국경으로 갔다. 검문소의 직원에게 출국 도장을 보여줬더니,
앞으로 1km 정도 걸어가면, 인도 이미그레이션 오피스가 있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사무실에 가서 입국 도장을 받았다.

'이렇게 간단할 수가!!!!'

지금껏 국경을 넘은 적 중에 가장 쉽고 빠르고 간편했다.

이제 뉴델리로 가는 기차가 있는 고락푸르까지 가는 버스를 타야했다. 이곳 소나울리에서는 바라나시까지 가는 버스가 있었다. 기사에게 물어보니, 바라나시까지 가는 버스가 도중에 고락푸르에 들른다고 했다.

약 4시간 넘게 달려 고락푸르에 닿을 수 있었다. 아침까지만 해도 델리까지 가는 기차는 모두 waitting list 상태였다. 과연 좌석이 있기를 기대하면서, 역으로 갔다.

역에는 다행히 외국인 전용 창구가 있었다. 직원에게 물으니, 예상대로 좌석이 남은 기차는 없고, 혹시 모르니 대기 상태로 예약을 해보는게 좋을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 생각에 약 95% 정도로 기차 출발 전까지 좌석이 나올 거라고 긍정적인 답변을 해주었다.

그의 말대로 4시간 후인, 저녁 8시 경에 출발하는 기차 티켓을 예약했다.
그리고 출발 시간 무렵, 좌석 여부를 확인했더니 자리가 나왔다고 했다.
예정대로라면 내일 정오 전에 델리에 도착할 것이다.

약 3개월 간의 배낭여행이 끝을 향해 가고 있다.

PS. 네팔 사람을 생김새로 볼 때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티벳 또는 몽골, 즉 우리나라 사람처럼 생긴 경우, 그리고 인도 사람처럼 생긴 경우다. 나 또한 인도를 여행하면서 네팔사람이냐고 여러번 물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네팔의 경우 자국에서는 일거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나라로 해외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각 나라의 언어를 가르치는 학원들이 곳곳에 있다. 대성 석가사에서 일하던 네팔 청년도 한국어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고, 인도 아잔타 석굴에서도 네팔에서 일하러 온 사람을 만났었다. 이렇다보니, 인도에서 네팔 사람을 보는 시각이 그닥 좋지는 않은 것 같다.
오늘 낮에 고락푸르 외국인 창구에서 표를 예매하려고 직원과 얘기를 하고 있는데, 뒤에서 어떤 여성이 나를 보고 자기가 창구에 볼일이 있으니 나오라는 체스쳐를 했다.
그녀가 하는 말 중 유일하게 알아들을 수 있었던 것은 '네팔리' 였다. 아무리 언어를 모르더라도, 상황과 말하는 사람의 억양과 말투를 통해 대강의 맥락은 알 수 있는데, 그녀의 말뜻은 이랬다.

'왜 창구에서 오래 볼 일을 보느냐. 나도 표를 사야 한다. 비켜라. 네팔 사람 주제에'

순간 화가 났지만, 화를 낸다고 해서 그사람이 사과를 할 것 같지도 않았고, 무엇보다도 여긴 인도가 아닌가.
내가 지금껏 여행을 하면서 얻은 교훈이 있다면, 그것은 국가에대한 편견을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지 말자라는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또한번 다짐했다.

한편 네팔인으로서 해외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어떤 대우를 받으며 살아갈지 안타까웠다.



<외국에서의 한국 템플스테이. 색다른 경험이었다>




<'무분별한 대출이 가정불화로 이어진다' 뭐 이런 뜻이 아닐까>

<멀리 네팔 국경이 보인다>


<네팔 국경>

<인도 국경>

<양국 간의 교류는 늘어선 트럭의 길이로 알 수 있다>

<인도 국경도시, 소나울리 시내>

<바라나시행 버스. 이걸 타야 한다>



<승객대기실. 대부분의 기차역마다 있다>

  • journey/nepal/2016/day27.txt
  • Last modified: 3 years ago
  • by likew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