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은 1년 넘게 여행한 나라 중 가장 열악한 곳이었다.
단순히 히말라야의 아름다운 자연만 상상하고 갔던 나에게는 조금 충격이었다.

하루에 12~13시간 이상 정전이 되었고, 방문한 유명 관광지마다 1년전 발생한 지진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었다.
집이 무너져 내린, 정부의 지원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좁은 골목에 나와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여행자로서 그곳을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 미안할 정도였다.

처음에는 이곳에서의 생활이 불편하고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모르게 적응하게 되었다.
정전이 되는 시간에 맞춰 전기가 필요한 일을 마쳤고, 점차 정전이 되더라도 당황하지 않았다.
덕분에 강제 기상과 강제 취침을 하게 되었고, 여행을 시작하고 나서 가장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되었다.

네팔은 일년만에 만난 부모님과 보름 간 여행한 나라이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환경때문에 자칫 부모님이 힘들어하지 않으실까 걱정했지만, 두 분 모두 잘 적응해나갔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불과 며칠 그리고 부분적이긴 했지만, 우리는 포카라의 설산을 눈으로 볼 수 있었고, 그 곳으로 이어진 길을 함께 걸었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면, 35년 넘게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한 적이 언제였는지, 그리고 어디였는지 기억조차 없다. 이번 여행을 계기로 우리는 좋은 추억을 함께 만들었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를 많이 가질 생각이다.

여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몇 장면들이 있다.

  • 불교와 힌두교가 혼재된 사원들 - 지금까지 봤던 사원과는 다른. 아마도 네팔 사람들이 세계에서 가장 관대한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했다
  • 카트만두에서 본 마스크 낀 사람들 - 인도나 중국도 대기질이 좋지 않다고 알고 있었고, 여행을 했지만, 카트만두 정도는 아니었다. 거리에서 보는 1/3 이상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했고, 나 또한 결국 마스크를 써야만 했다. 목이 아플 정도로.
  • 부모님과의 여행동안 거의 대부분의 기간을 머물렀던 포카라 - 여행 마지막 날까지도 머물렀을 만큼, 마음에 들었던 곳이 포카라였다. air b&b 를 통해 구한 집에서 마치 한국에 돌아간 듯한 생활을 했고 그리고 마치 그런 느낌을 받았다. 어머니가 현지 재료들을 구해서 만들어주셨던 음식은 잊지못할 것이다. 그리고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도.
  • 룸비니 - 불교사찰에 머물면서 예불에 참석하고 새롭고 흥미로운 경험을 많이 했던 곳. 모기만 아니었다면, 포카라만큼이나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곳이었다.

네팔은 언젠가 꼭 다시금 오고 싶은 곳이다. 그때는 꼭 ABC 코스를 등정하고 싶다.

PS. 여행하는 동안 'Nepal Loadshedding schedule' 라는 앱이 매우 유용했다. 지역 그룹에 따른 날짜별 정전시간과 전기가 들어오는 시간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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