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부터 빗소리가 들렸다. 아침에는 그치겠지하고는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서도 비는 계속오고 있었다.
그치기를 기다리다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출발하려는데 운좋게도 비가 그쳤다.
이번 여행에서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다행스러운 것은 바람이 순풍으로 불어준다는 것이다. 덕분에 힘을 덜 들이고 라이딩을 할 수 있었다.
이틀 동안 머물렀던 타이퉁을 빠져나와 다시 해안도로로 접어들었다. 그와 동시에 바다로 부터 순풍이 불어왔다.
오늘의 목적지는 화리엔에 있는 유스호스텔인데 직선거리로 60 여 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
<오랜 만에 보는 맑은 하늘이었다>
다행히 바람 덕분에 오후 1시 쯤에 10 킬로미터 근방까지 갈 수 있었다. 그 와중에도 비가 오락가락 했다. 그제 만난 자전거 여행자에게 이곳 날씨를 물어보자, 어떨 때는 비가오고 어떨 때는 비가 안오고 종 잡을 수가 없다고 했다.
오늘로서 여행을 시작한지 13일이 되었는데 낮 동안 비가 오지 않은 날은 이틀에 불과했다. 이러한 악조건(!)을 잊을 수 있는 것은 어제부터 해안도로를 달리며 본 해안 풍경은 때문이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그곳>
<바닷가 전경>
유스호스텔은 해안도로에서 내륙으로 들어간 지역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거리는 8 킬로미터에 불과했지만 고도가 최대 800 미터까지 올라가는 업힐구간이 있었다. 아리샨에서 얻은 자신감으로 '끌바하면 되지' 라는 생각으로 업힐이 시작되는 구간에서 끌바를 시작했다.
다행히 800 미터까지는 올라가지 않아도 되었다. 중간에 터널이 있었기 때문에. 길이만 2 킬로미터가 넘는 터널을 지나 다운힐 후 목적지에 도착했다.
<업힐 중 터널의 등장은 곧 다운힐의 시작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도착해서보니 달걀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나중에 이것이 유황냄새라는 것을 알았다. 이 지역은 온천으로 유명한 곳 같았다.
근처의 숙박업소 간판에 SPA 라는 글자가 빠짐없이 적혀 있는 것을 보면.
내가 체크인한 호스텔도 유황온천이 있었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지배인이 바디랭귀지로 보여준 욕탕은 냉탕과 유황온천이 올라오는 온탕이었다. 여장을 풀고 바로 욕탕으로 향했다. 평일의 비교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욕탕에는 아무도 없었다. 덕분에 호젓하게 온천을 즐길 수 있었다.
숙소 근처에 식당이나 편의점이 없어서 숙소에서 제공하는 저녁을 사먹었다. 재밌는 건, 지배인과 영어로 대화가 안되서 구글의 번역 사이트를 이용해서 대화를 주고 받았는데, 답답한 마음에 서로 웃음만 나왔다. 치킨을 메인으로 한 식사와 두부에 육수를 곁들인 후식을 먹었다.
이곳은 도미토리 룸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방 하나에 침대가 5개 있었다. 지배인이 방을 안내해줄 때 Girl 이라고 했던 것 같았는데 여자 손님이 있다는 얘기 같았다.
도미토리 룸이 하나 뿐이라서 같이 써야 한다는 얘기였다. 나는 괜찮다고 했다. 이제와서 다른 곳으로 옮길수도 없으니 말이다.
저녁을 먹고나서 내일의 루트를 확인해봤다. 화리엔을 가는 경로는 두 가지가 있다. 해안 도로인 11번 도로 또는 내륙 도로인 9번 도로를 타는 방법이다. 지배인에게 물어봤더니(구글 번역사이트를 이용해서), 조금 기다리면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여사장이 올 거라고 했다.
이윽고 여사장이 왔고, 내륙 도로임에도 9번 도로가 자전거로 가기에는 수월할 거라고 얘기해줬다. 게다가 친절하게도 다다음 목적지인 화리엔 근처의 숙소까지 전화해서 예약해주었다.
방에 들어갔더니 같은 방을 쓰게된 여자분이 한분 있었다. 어설픈 영어로 통성명을 했다.
그녀는 타이페이에 사는 대학원생으로 혼자 기차를 타고 전국을 여행 중이라고 했다. 이번에 졸업을 했는데,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고 했다. 대만이나 우리나라나 취직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서로 안되는 영어를 해가며(구글 번역사이트는 의외로 유용했다) 여러 대화를 나눴다. 얘기를 하면서 말과 문화는 다르지만 우리와 비슷한 생각과 고민을 한다는 걸 알았다.
[로그 정보]
거리 : 84.89 km
시간 : 6시간 24분 55초 (2012-03-05 09:58:24 ~ 2012-03-05 17:01:56)
평균 속도 : 13.23 km/h
[지도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