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자마자 TV 를 켰다. 날씨를 보기 위함이다.
물론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날씨가 표시된 화면을 찾아 채널을 이리저리 돌렸다. 드디어 원하던 채널(각 지역별로 돌아가면서 화면 왼쪽 하단에 날씨를 표시해주고 있었음)이 나왔는데, 모두 비였다.
아침을 먹기위해 바깥으로 나갔다(숙박에 조식이 포함되어 있었다). 역시나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어제와 달리 체온유지를 위해 방풍자켓을 입었다. 오늘도 전방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출발한지 30분도 안되서 고가다리 밑으로 피신했다.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리기위해.
비가 조금 잦아들자, 다시 안장에 올랐다. 오늘의 목적지는 어제 무리한 탓에 많이 가도 Fengyunan 까지 가는 것이다.
Hsinchu 를 지나가던 중에 3명의 대만 자전거 여행자들을 만났다.
그들은 친구 사이로 일주일 간의 휴가를 얻어 대만 일주 중이었다. 다들 로드 바이크였고 GPS, 우비까지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어쨌든 7일만에 일주를 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들은 오늘 타이충까지 간다고 했다. 다행히 가는 방향이 같아 달리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 받을 수 있었다. 그러던 중, 몇가지 정보를 알려줬는데, 대략 이랬다.
☞ 지금은 날씨가 좋지 않은 기간(Spoiling season)이다
☞ 다음주 화요일까지 연휴이기 때문에 숙소 잡기가 힘들 것이다
처음에는 그들과 함께 달렸지만, 내가 그들과 계속 함께 달리기에는 체력에 한계가 느껴졌다. 결국 좀 천천히 쉬었다 가겠다고 하여 그들을 먼저 보냈다. 그렇게 작별을 했다.
어쨌든 그들 덕분(?)에 예상보다 목표로 했던 곳에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 일찍 여장을 풀까하다가 가이드 책에 나온 숙소가 있는 타이충까지 가기로 했다.
오후 5시 경에 타이충으로부터 20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도착했고 책에 나온 숙소를 가기 위해 타이충 기차역으로 향했다.
오늘 내내 달렸던 길을 생각하면 별 어려움없이 기차역까지 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오늘 달렸던 길은 해안과 인접한 도로였기 때문에 업힐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타이충은 지도 상으로 볼때 해안에서 떨어진 내륙에 있었다. 목적지까지 거리가 좁아질수록 업힐이 계속되었다.
연이은 업힐에 결국 끌바를 하게 되었고 도중에 한 대학을 지나가게 되엇다. 캠퍼스에 오토바이들이 줄지어 주차되어 있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언덕을 오르고 있는데 한 자전거 라이더가 나에게 물었다. 물론 대만어로.
내가 영어로 답하니,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타이충 기차역이 여기서 얼마나 머냐고 물었더니, 이 언덕을 지나면 내리막이 나오는데 그럼 금방이란다. 그러면서 자기를 따라오라고 했다. 그리고 가는 도중에 자기 집에 들러 차나 한잔하자고 말했다.
드디어 여행자의 로망인 현지인의 초대를 받게 되다니! 바로 OK 했다.
금속회사에 다니는 엔지니어라고 소개한 그는 매일 자출을 한다고 했다. 그리고는 녹차와 과일을 내놓으며 먹으라고 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과일이었는데 마치 자두만한 대추를 먹는 느낌이랄까.
다과를 먹으며 대만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두 가지를 강력추천해주었는데.
'남쪽에 가면 해변의 비키니 아가씨들을 잘 보라고'
'9일 동안 타이충에서 지아이까지 도보순례를 하는데 꼭 한번 참석해보라고'
직접 자전거도 손 봐주었다. 물어봤더니 전문적인 미케닉 교육을 받았다고 했다. 헤어지는 데, 과일과 떡을 싸주고 정비용 오일도 주었다.
신세만 진 것 같아서 미안할 정도로 고마웠다.
저녁 8시가 되어갈 무렵, 그와 아쉬운 작별을 하고 타이충 기차역을 향해 페달을 밟았다.
여행 이틀째, 이제 대만 교통 시스템에 적응을 한 것 같다.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오토바이들과의 라이딩은 한 순간도 정신을 팔 수 없게 만들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어렵사리 숙소를 잡고 GPS 로그를 확인해봤다. 오늘 하루 달린 거리가 140 Km 가 넘었다.
[로그 정보]
거리 : 149.03 km
시간 : 8시간 44분 28초 (2012-02-24 10:40:25 ~ 2012-02-24 21:43:16)
평균 속도 : 17.05 km/h
[지도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