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정은 정말로 걱정을 안했다.

거리상으로도 70여 킬로미터 밖에 안됐고 지금껏 하루에 최장 150 Km 까지 달려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이런 예상은 길을 잃으면서 빗나가기 시작했다.
GPS 로 최종 목적지를 지정해놓으면 현재 위치에서 직선거리, 진행 방향이 표시된다. 길을 가다가도 갈림길이 나오면 그때 그때마다 진행 방향을 지도를 보면서 바꿔야 한다.
하지만 길을 방향과 직선거리의 방향이 100%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여 길을 선택하고 방향을 바꿔야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최단거리만을 생각한 것 같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길의 방향을 우선으로해서 라이딩을 했어야 했는데'

오후 들면서 거대한 산이 나타났다. GPS 는 그 산을 넘으라고 표시하고 있었고 그때부터 고난은 시작되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산 안개가 자욱해서 불과 5 미터 앞을 보기가 힘든 수준이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오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끌바를 시작했다. 고도는 600 미터을 지나 700 미터에 접어들고 있었다.

<불과 몇 미터 앞을 보기 힘들었던 산 안개>

어느정도 업힐이 끝나고 GPS 에 나온대로 길을 따라 다운힐을 내려갔다. 터널을 지나고 내려가는데 산사태로 무너진 곳이 나타났다. 조심스럽게 지나서 내려가는데 갑자기 길이 없어졌다. 그리고는 풀이 우거진 숲이 나왔다. 잘못왔나 싶어 GPS 를 확인했지만 지도상에서는 길표시가 선명했다.
아마도 원래 길이 있었는데 산사태로 무너진 이후 오랜동안 복구가 안되어 숲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였다.

할 수 없이 처음 내려왔던 곳까지 끌고 올라가야만 했다. 이후 길은 두 가지였다.
오늘 왔던 길을 되돌아 가는 길과 바로 보이는 산을 넘어가는 길.

아침부터 달려왔던 길을 생각하니, 다시 되돌아 가는 것보다는 넘어가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800 미터 고지를 넘어섰고, 산사태로 인해 무너진 곳을 공사하는 구간이 나왔다. 시간은 오후 4시를 넘어 5시로 향해 가고 있었다. 거리 상으로는 얼마 안됐지만, 산길에 업힐이라 쉽지 않아 보였다. 터널을 하나 지나고 보니 산 아래 마을이 하나 보였다. 유명한 관광지인지 관광버스로 보이는 차들이 주차장에 많이 세워져 있었다. 갈림길마다 호텔이나 모텔을 가리키는 푯말이 여러개 보였다. 다행이었다. 숙박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되서.

<뒤에 보이는 6층 건물에서 숙박을 했다>

나름 호텔처럼 보이는 곳에서 체크인을 했다.

PS. 침대에 누워서 하루를 떠올려보니 어떻게 그 업힐을 지나올 수 있었는지 다시 생각해도 신기할 따름이다. 다시 하라면 절대 못할 것 같다. 그래도 종종 차에서 창문을 열고, '짜이요' 를 외쳐주는 사람들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로그 정보]

거리 : 93.86 km

시간 : 8시간 30분 28초 (2012-02-26 10:08:52 ~ 2012-02-26 19:35:39)

평균 속도 : 11.03 km/h

[지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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