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일찍 짐을 챙겨 상점을 찾아나섰다. 주민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번역기를 이용해서 상점이 어디있는지 물었다.

뭔가 설명을 하는 것 같기는 한데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다. 손으로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봤지만 찾을 수는 없었다.
질문은 할 수 있지만, 정작 대답을 알아들을 수 없으니. 번역기의 맹점이다.

또다른 주민에게 상점의 위치를 물었다. 그가 가리킨 곳은 평범해보이는 집이었다.

'여기가 상점이라고?'

문은 잠겨있었는데, 해석하자면 곧 주인이 올거라고 하는 듯 했다. 담벼락에는 'M' 이라는 글자가 그려져있었는데, 이게 낙서라고 생각했지 간판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참고로 타지키스탄은 러시아어가 공용어다. 러시아어로 상점은 'магазин(마가진)'이라고 한다. 즉, 첫 글자만 써놓은 것이다.

얼마 후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와서 열쇠로 문을 열었다. 유리창에 비친 물건상자를 보지못했다면, 들어가기전까지 상점이라고 믿지 않았을 것이다.
진열되어 있는 것들은 대부분 유통기한이 긴 것들이다.
먼지가 뽀얗게 싸인 물건들이 많았지만, 당장 부식을 보충해야 했다.
다음 마을인 무르갑(Murghab)에 도착할 때까지 먹을 비스켓을 샀다.

어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마을이 신기하게도 오늘보니 이곳 저곳 보이기 시작한다. 모스크, 숙소, 학교.
오늘 이후로 담벼락에 적힌 낙서를 유심히 보게 될 것 같다.

카라쿨을 빠져나오자, 완만한 오르막 비포장 길이 이어졌다. 오후 4시가 넘어 Akbaytal(악바이탈) pass 가 적힌 표지판이 나왔다. 고도 4655m.

이제껏 이보다 더 높은 곳을 올랐던 적이 있었던가? 기억이 맞다면 없을 것이다.

다행인 점은 지금껏 고산병 증세가 없다는 것이다. 그럴 것이 갑작스러운 고도 차이 때문에 생기는 것인데,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는 만큼, 아주 천천히 고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끌바에 이런 좋은 점이 있었다니!

6시 무렵, 길에서는 보이지 않을 만한 바위 뒤에 텐트를 쳤다. 평소라면 종일 땀에 옷이 젖었을 테지만, 오늘은 땀이 나지 않을 정도로 서늘했다.

ps. 처음으로 숨이 가빠오는 느낌에 잠에서 깼다. 숨을 크게 들이 쉬어도 뭔가 부족하고 불편한 느낌이다. 고도 때문이겠지.



<상점을 뜻하는 'M' 뭔가 암호같다>

<문이 잠겨 있었다>


<유리창으로 쌓여있는 물건들이 보인다>

<모스크. 마을이라면 반드시 있다>

<마을 공동 펌프, 여기서 물을 길러다가 사용한다>


<잘 봐야 보이는 숙소 간판>


<아이들은 보지못했지만, 학교는 있었다>



<하늘이 비친 카라쿨 호수>



<누군가의 14000km 라이딩을 축하하며>


<인적을 찾아볼 수 없는 폐허가 된 집들>



<산 정상에 쌓인 눈. 만년설>


<Akbaytal(악바이탈) pass, 해발고도 4655m>

[로그 정보]

달린 거리 : 56.649 km
누적 거리 : 17058.333 km

[고도 정보]

[지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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