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록에서의 둘째날.
어젯밤 잘때는 침낭없이 잤다가, 새벽쯤 깨서 침낭을 꺼냈다. 아직까지 새벽에는 춥다.
아침식사 때, 직원에게 호록에서 가볼만한 곳을 물었다. 대답은 센트럴파크. 론리와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정한 시내 도보관광 코스는 main bazzar 그리고 센트럴파크다.
숙소에서 좀 더 먼 main bazzar 을 먼저 들렀다.
가는 도중, 이시카심에 이어 두번째로 호록에서 신호등을 보았다(이게 뭐 대단한 일인가 싶겠지만, 중앙아시아를 여행하다보면, 몇몇 도시를 제외하고는 신호등이 없어서 보면 반가울 정도다).
여기는 서너 개가 있었는데, 거의 차량들이 신호를 지키지 않았다. 이쯤되니, 과연 타지키스탄에서 운전면허 시험이 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앞에 1,2,3 각각 번호가 붙은 작은 승합차들이 자주 보였다. 일종의 대중교통 수단인 셈이다. 카자흐스탄에서부터 보아온 것인데, 호록에서의 이것이 가장 차량이 작았다.
시장에 도착해서, 미리 작성한 구입할 목록을 확인했다. 물가는 지금까지 타지키스탄에서 구입했던 것과 비교해볼 때 확실히 저렴했다.
타지키스탄에서 유일하게 구입이 가능한 라면은 1솜. 이시카심에서 1.5 솜인것을 비교하면 30%가 싼 것이다. 토마토(1kg)는 4솜, 청포도(1kg)은 8솜.
물론 오쉬에 비하면 비싼 편이지만.
왠만한 부식을 구입하고, 점심을 먹기위해 시장 안에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 밖에서는 아저씨가 만두모양으로 빚은 반죽을 화덕에 넣고 있었다. 반죽을 가리키며 주문을 했다. 그리고 내 옆에 있던 자리의 손님이 먹던 국수도 주문했다. 만두반죽은 살모사, 국수는 레그맨이다.
만두는 무르갑에서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 주문했다. 그때는 찐만두였는데, 이번에는 군만두 였다. 4개를 시켰는데, 2개만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로 크기도 크고 안에 들어간 고기 속도 꽉 차 있었다. 한입 베어물때마다 즙이 흘러나왔다. 처음 먹어본 레그맨도 맛있었다. 양고기로 맛을 낸 육수에 국수와 여러가지 야채, 고기가 함께 나왔다. 그리고 반찬처럼 동그란 빵 반 조각이 나왔다. 사람들은 그 빵과 함께 레그맨 국물에 적셔 먹었다. 먹으면서 이런 식당이 최소한 30km 마다 한 곳 씩만 있었어도 타지키스탄 여행이 200% 수월했을 거라 확신했다.
센트럴 파크에 들렀다. 높게 자란 나무의 가지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그아래 벤치에 사람들이 앉아 있는 모습이 더 없이 평화로워 보였다. 이곳은 지나온 왓칸밸리나, 파미르고원과는 전혀 다르게 잘 관리되어 있었다. 아쉬운 점은 공원이 생각보다 규모가 작다는 점.
공원 내에는 여행자 정보 센터, 고급식당, 아이들 놀이기구가 있었다.
구경을 마치고 나오는데, university of middle asia 라는 간판이 보였다.
'타지키스탄 대학도 아니고, 무려 중앙아시아 대학이라니.'
론리에 따르면, 호록은 중앙아시아 국가 중에 교육을 받은 사람이 많은 곳 중 하나라고 한다. 따라서 영어가 꽤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이름만큼 규모가 상당히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캠퍼스가 따로 있는 것 같지는 않고, 본관 건물 정도만 보였다. 내부를 구경하고 싶었지만, 입구에 출입이 통제되는 것 같았다.
두 손 무겁게 숙소로 돌아왔다. 그동안 못 먹던 과일을 샀는데(무려 2kg!), 이것만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다.
PS. 중앙아시아의 대부분 국가들이 독재에 가까운 정치형태가 이어지고 있다. 한 대통령이 수십년 간 집권하고 있는. 지금껏 여행하면서 한 국가의 대통령 사진을 가장 많이 본 나라는 태국이었다(정확히 말하자면, 국왕의 사진이다). 하지만, 태국은 중앙아시아의 국가와 비교하면 부국이다. 건물마다 타지키스탄 대통령의 사진이 붙어 있는 걸보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또한 정부 건물들이 주변의 건물보다 전혀 어울리지 않게 화려하게 지어진 걸보면 또한 그렇다.
'저럴 돈으로 도로나 똑바로 만들지'.
<중앙아시아를 여행하면서 가장 많이 먹었던 살모사와 라그맨>
<자주 먹었던 사탕>
<자주 먹었던 라면>
<이곳에도 컨테이너 시장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