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ey:tajikistan:2016:day17 [likeWind]

콸라이쿰(Kalaikhum)까지 4km.

매일 가솔린 버너로 씨름을 하기에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었기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건 바로 가스.

이번 여행을 시작하고 나서 가스 연료(부탄, 이소)를 파는 걸 본 적이 없다. 그나마 유일하게 발견했던 국가가 네팔이었는데, 그것도 한식당에서 였다.

국내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해외(동남아시아)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전혀 아니었다.

호록의 숙소에서 만났던 여행자로부터 두샨베에서 가스연료를 구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혹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콸라이쿰에서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30분 남짓을 달려 도착한 콸라이쿰. 마가진(상점)에 들어가 바디랭기지로 가스연료를 설명했다.

주인의 대답은 '니엣(No)'. 캠핑용이 아닌 가정용 또는 일반용의 비교적 큰 크기의 가스통은 여기서 3km 정도 떨어진 곳에서 구할 수 있다고 했다. 어쩔수 없이 두샨베까지 주식으로 사놓은 쌀과 라면은 짐이 되어버렸다.
조리를 할 수 없으니 그냥 먹을 수 있는 빵과 소시지, 버터를 충분히 구입해야 했다.

콸라이쿰에서 현대식의 슈퍼마켓을 처음 발견했다. 쇼핑카트도 있고 상품도 진열대에 놓여있는. 이름도 'Europa(유로파)' 다.
상품가격도 일반 상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구입한 것들을 싣고 출발하려는데, 제복을 입은 사람이 다가와 등록을 해야한다면서 여권을 달라고 했다.
일반적인 검문소(border control) 처럼 차단막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상했다. 그에게 border control 이 맞는지 물었다. 그는 앞에 있는 건물을 가리키며 여권을 들고 자신을 따라 들어오라고 했다.

'이거 참…'

자전거를 옆에 세워두고 들어갔다. 그는 내가 사진을 찍었다며 그러면 안된다고 했다.

슈퍼마켓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신기해서 찍었다. 평소라면 아니겠지만, 적어도 타지키스탄을 보름 넘게 여행한 나로서는 신기했다)을 말하는 것 같았다.

'수퍼마켓이 국가기밀인가?'

지금껏 수많은 사진을 찍었지만 이런 일은 없었다. 여권을 확인한 그는 장부에 뭔가를 적더니 돌려 주었다. 그리고는 앞으로 사진을 찍으면 안된다고 큰소리로 말했다.

콸라이쿰을 벗어나자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이 언덕 만 넘으면 두샨베까지 큰 오르막은 없다. 약 2000m 를 올라야하는 고개. 그래도 길 옆에 푸른 빛의 깨끗한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어 끌바하는 내내 지루하지는 않았다. 여러번 쉬다 걷다를 반복하고 약 800m 를 올라, 고도 2000m 가 되는 지점에서 텐트를 쳤다. 이제 두샨베까지 260km 남았다.

PS. 타지키스탄을 여행하면서 좋은 점을 꼽으라면 자연환경이라고 생각한다. 나쁜 점은 너무 많아서. 거의 매일 이나라 운전자들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지만. 깨끗한 자연을 보면 잠시나마 잊게된다.

PS2. 텐트를 치고 산에서 물이 내려오는 계곡으로 갔다.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일정도로 맑은 물. 보는 것 만으로 힐링이 된다.

PS3. 중앙아시아를 여행하면서 야영의 묘미를 알게 됐다. 사실 지난 1년간은 거의 야영을 안했지만(못했지만) 최근 3개월 간은 거의 매일 캠핑을 한다. 어쩔수 없이 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텐트를 치고 싶게 만드는 장소들이 너무 많다. 매일 하다보니 요령도 생겼다.
언제나 깨끗한 물이 있는 곳을 야영지로 선택한다. 몸을 씻고, 식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곳을 찾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나름의 우선순위를 가지고 선정한다.

근처에 물(식수, 씻는 용도) 을 구할 수 있는지
위치(될 수 있으면 도로에서 떨어져 외부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곳)

산을 달리다보면 항상 정상으로부터 내려오는 물이 있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끼고 달려온 Paji 강은 수량은 많지만 물 색이 탁해서 식수로는 적합하지 않다. 수량이 적더라도 깨끗하면 된다. 길을 가다보면 바닥에 물이 고인 곳을 보게되는데, 깨끗하다면 이곳의 발원지가 어디인지 찾는다. 그러면 십중팔구 괜찮은 물을 구할 수 있다.

ps. 구글 지도에서 콸라이쿰에 있는 Europa 슈퍼마켓을 클릭하면, 사람들이 올린 상점 사진을 누구나 볼 수 있다. 과연 이래도 국가기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