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5일차 - 기묘한 마을
아침을 간단히 먹고 텐트를 걷고 있는데, 멀리서 끌바를 하며 올라오는 2대의 자전거 모습이 보였다. 그들과 짧은 대화를 나눴는데, 부자 간이었다.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했지만, 아버지에게 등 떠밀려 온 듯한 아들의 표정은 그리 밝아보이지 않았다.
그들과 헤어지고, 내리막을 내려가던 중에 벨기에에서 온 여성 라이더 두 명과 만났다.
이 중 한사람은 두텁게 바른 썬크림이 인상적이었다. 그들에게 우즈베키스탄에 대해 물었는데, 하루에 많게는 4~5 번 정도 초소에서 사진을 검열 받았다고 했다.
이후 폴란드에서 온 청년이 타고온 지프와 마주쳤다. 차량 뒤에는 오토바이를 싣고, 그리고 주거시설까지 갖춰져 완벽해보였다.
출발할 당시만 해도 고도 3200m. 바람이 불어 상당히 추웠지만, 내려갈 수록 따뜻해지더니, 급기하 덥기까지 했다.
오후 들어 내일 먹을 부식을 구입하기 위해 상점(마가진)을 찾아 다녔고, 1800m 고도 쯤에서 발견한 주유소에서 직원에게 상점의 위치를 물었다.
그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했다. 떠나기 전에 95 휘발유가 있냐고 물으니, 95는 오직 두샨베에서만 구입가능하다고 했다.
상점이 있는 곳은 다리를 건너야만 갈 수 있었는데, 건너자마자 잘 닦인 포장도로와 고급주택들, 여러 군데의 식당과 상점이 있었다. 대통령의 사진들, 운동경기를 할 수 있는 체육관도 있었다. 마치 다른 나라에 온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여태껏 비포장 투성이였던 파미르와 왓칸밸리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내 생각에 아마도 그곳이 뭔가 특별한 곳은 아닐까 하는. 예를 들면 대통령의 고향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의 지명은 'Tavildara' 였다. 다리를 다시 건너 빠져나오자 익숙한 비포장길이 이어졌다.
오후 4시반 정도에 텐트를 쳤다. 고도가 낮아서 인지 깨끗한 물이 흐르는 곳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오늘 달린 거리는 45km 정도. 남은 거리는 약 200km 정도 되는데. 다행스럽게도 앞으로의 루트를 보니 완만한 내리막이라 못해도 50~60km 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이 정도 페이스라면, 앞으로 4~5일 정도면 두샨베에 도착할 수 있을 듯 하다. 그리고 지금보다 마가진은 더 자주 있겠지.













[로그 정보]
달린 거리 : 48.564 km
누적 거리 : 17944.586 km
[고도 정보]
[지도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