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2일차 - 최적의 야영지를 찾다

숙소를 하루더 연장할까 잠시 생각했다가 떠나기로 하고는 짐을 챙겼다. 그리고 어제 구입하지 못한 부식들을 사기 위해 green bazzar 에 갔다. 조리를 못하는 만큼 과일, 빵, 소시지를 여러개 샀다.
체크아웃시간인 정오를 30여분 남기고 숙소를 나왔다.

어제 구글지도로 미리 알아본 지역(Gusgarf)은 숙소로부터 북쪽으로 약 20여 km 떨어져 있다. 전체적으로 완만한 오르막.
두샨베 시내를 빠져나와 외곽에 접어들었다. 고속도로의 톨게이트가 나왔다. 차량들은 이용료를 내는 것 같았지만, 자전거는 무료.
길 왼쪽으로 푸른색의 계곡물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계곡물을 따라 식당들이 줄지어 이어졌다. 시원한 계곡 옆에 자리를 설치해놓고는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식당뿐만 아니라, 고급스런 주택들도 보였다. 무려 수영장이 딸려있는. 시끄러운 노랫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도로는 왕복 1차선이었지만, 포장도로였고, 충분한 너비의 갓길도 있었다.

20여 킬로미터를 달려 점 찍어 둔 곳에 도착했는데, 아무리 봐도 텐트를 칠 곳이 마땅치 않았다. 펜스가 쳐져 있거나 집을 둘러싼 벽들이 계곡을 둘러싸고 있었다.
어느 정도 둘러본 후 어렵다고 판단, 지금껏 달려왔던 M34 도로를 더 가보기로 했다. 다행히 얼마가지 않아 펜스가 없는 아무도 살지 않는 듯한 집이 나왔고, 그 옆에는 큰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어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이곳이다'

이제 먹을 수 있는 물만 찾으면 된다. 한참을 둘러봤지만, 산에서 내려오는 깨끗한 물줄기를 찾을 수는 없었다. 결국 식수는 사 먹고, 씻는 것은 계곡물을 이용하기로 했다.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여기서 며칠 머물 생각이다.

PS. 아마 중앙아시아에 들어오면서 가장 많이 먹은 음식이 있다면, 단연코 빵이다. 동그란 모양의 아무맛도 없는 빵.
이 곳 사람들은 밥 대신 이것을 먹는다. 저녁 때면, 이 빵이 든 봉지를 들고 귀가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샤슬릭에도 라그만에도 이 빵을 함께 먹는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내가 지금껏 묵었던 숙소에서는 아침으로 이 빵을 줬다. 크기별로 여러가지 종류가 있고, 가격도 1솜 또는 2솜으로 착하다. 도시의 시장에서는 쉽게 구입할 수 있지만, 파미르나 왓칸밸리에서는 거의 구할 수 없었다. 이 빵은 마을에 식당이 있어야만 구입이 가능했다.
이 빵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질기면서도 딱딱하다는 것. 안에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아 아무 맛도 안난다. 이점이 다른 음식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점이 아닐까.
특히 잘라놓고, 실온에 오래 두면 둘수록 딱딱해진다. 덕분에 매끼마다 이 빵을 먹는 이곳 사람들은 치아가 아주 튼튼하지 않을까.

PS2. 얼마전 green bazzar 에 갔을 때 반찬을 만들어 놓고 파는 곳을 지나가게 되었다. 그때 문득 '당근 김치(마르꼬프 빠 까레이스키)'가 생각나, 가계에 들어가, 있냐고 물었다. 주인은 통에 담긴 여러 가지의 음식 중 서너 개를 가리켰다.

'당근을 채로 썰어 만든 김치, 양배추로 만든 김치, 버섯으로 만든 김치'

각각 조금씩 구입했다. 과연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PS3. 중앙아시아의 햇볕은 정말 강렬하다. 특히 한낮의 햇볕은 따가울 정도다.
PS4. 타지키스탄을 여행하다보면 과일값이 가장 저렴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자주 보게되는 과일이 포도, 수박, 사과, 토마토다. 대부분 kg 단위로 파는데, 수박을 제외하면 대략 3~4 솜이다.
수박은 부피가 너무 커서 구입을 못하고 주로 사과나 포도를 사먹는다. 특히 포도는 색이 푸른 청포도인데 맛이 정말 달다. 가게에서 파는 과일주스가 대개 7~8솜인데 차라리 과일을 사먹는게 낫다.





[로그 정보]

달린 거리 : 30.991 km
누적 거리 : 18177.16 km

[고도 정보]

[지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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