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숙소에서 지낸지도 2주가 넘어간다. 내가 가장 오래 묵는 손님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여기 일하는 직원으로 착각한 아저씨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터키에서 온 손님이었다.

그는 무려 이곳에 6주동안 머물고 있다고 했다. 왜 그런지 이유를 물어봐도, 단지 쉬러 왔다는 얘기만 들을 수 있을 뿐이었다.

그와 자주 얘기를 해보지는 않았고, 매일 저녁마다 식사를 준비하는 때에만 잠깐씩 인사를 주고 받는 정도였다.
어느날 그가 나를 보더니,

'한국과 우리 터키는 형제라구'

라고 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했다.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터키와 우리가 3-4 위 전에서 만났을 때, 이와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

내가 간단한 요리를 해 먹는 것에 반해 그는 능숙하게 매일 화려한 요리로 저녁을 먹었다. 그의 직업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설마 그가 요리사일 줄은 몰랐다.
그런 그가 오전에 나를 보더니, tapsi kabeb 이라는 요리를 해주겠다고 했다.

'공짜는 아니고, 30솜이야'

그가 그동안 만든 요리를 봐온지라, 그리 비싸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케이'

저녁이 되자, 그가 시장에서 사온 재료들을 손질하더니, 요리를 시작했다. 오븐에 넣고, 30분을 굽고는 그는 말했다.

'오케이'

혼자 먹기에는 양이 많아, 샘과 함께 먹었다. 오랜만에 요리다운 요리를 먹은 것 같다.
그는 이스탄불에 자신이 일하는 식당이 있다고 했다. 내가 올 겨울 쯤 터키에 갈거라고 하니,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었다. 요리를 잘하면, 어디서든 이런 식의 알바(?)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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