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에 비록 계곡은 없지만, 시설만큼은 이전에 갔던 곳보다 좋았다. 텐트를 친 곳 옆에 전기 플러그가 있어 배터리 충전이 가능했다.

오전에는 이번 달에 구입한 이북인 “만화로 읽은 21세기 자본'을 읽었다.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국립공원 내에 식당이 있었다. 영업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메뉴판이 없어 바디랭기지로 돼지고기 볶음밥(카오팟)을 주문할 수 있었다.

이곳은 특이하게도 토끼와 공작새를 풀어놓고 키우고 있었다. 처음 우리 안에 가둬서 키우는 줄 알았는데, 퇴근시간(아마도 오후 4시)이 되자 사람들이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타고 하나 둘 국립공원을 빠져나갔다.
토끼와 공작새를 방치(?)한 채로. 말이다. 모르긴 몰라도 얘내들한테 위험한 동물들이 살지는 않는가보다.

위험한 동물은 없을지 몰라도 위험한(?) 곤충은 많은 듯 하다.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폭포(비록 물은 없지만)쪽으로 한참 올라가다가 모기떼의 습격으로 결국 캠핑장으로 피신해왔다. 이후 왠만하면 긴팔에 긴바지를 입고 다니고 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시끌벅적한 치망마이에 있다가 이곳에 오니 전혀 다른 세상같다. 오후 4시에 직원들이 퇴근하고나면, 관리사무소의 직원 한명을 제외하고는 사람의 인적이 끊긴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면, 하늘에 별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산바람에 나뭇가지들이 흔들리는 소리가 숲으로부터 들려온다. 여러가지 곤충의 울음소리. 조금 더 있으면, 산등성이에서 달이 모습을 드러낸다. 밤이 깊어질 수록 별빛은 더욱 선명해지고,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하다. 이렇게 많은 별들을 최근에 본 적이 있었던가.
내가 이래서 국립공원을 찾는다.



<2동의 텐트. 빌려주기도 한다> 


 <국립공원에 유일한 볼거리인 폭포가는 길>




<폭포에 물이 없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태국음식, 카오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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