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3일차 - 어둠 속에서 들린 소리
4월 15일
오늘은 어제보다 더 오랜시간 끌바를 했다. 고도는 1300 미터를 넘었다. 한가지 다행인 점은 날씨가 덥지 않았다는 점. 해가 구름에 가려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오후 6시 무렵, 업힐 구간 옆에 있던 빈집이 보였다. 확인해볼겸 자전거를 옆에 세워두고 둘러봤다. 관리가 안되어 있는 걸로 보아, 꽤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것 같다. 옆에 텐트를 치고 저녁 식사를 했다. 업힐 구간을 올라오기 전에 휴게소에 들러 물 1.5리터 한 병을 샀는데, 저녁 그리고 내일 아침까지 먹으려면, 부족하다. 게다가 씻기도하고, 양치질도 하려면, 턱없이.
'한 병 더 살껄'
후회해봐야 무슨 소용이람.
정해진 조건 내에서 하는 수밖에, 무좀이 생기기 시작한 발은 비누칠만 하고, 물은 행구지 않았다. 물이 없어서. 양치질은 하지 않고. 평소에 먹던 머그컵의 2/3 가량의 물만 데웠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오후 9시경 강제 취짐을 했다. 그런데 얼마 안있어 부시럭 소리가 난다. 처음에는 사람인 줄 알았다. 문득, 이란에서의 일이 떠올랐다. 잘 들어보니, 사람 말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가만히 있는데, 갑자기 들린 소리.
“꾸우엑”
돼지 울음소리였다. 자세히 들어보니, 최소 2마리 이상은 되어 보였다. 텐트가 신기했는지 주변을 맴돌고 있다. 이런 산간 지역에 집 돼지는 아닐테고. 그렇다면, 산돼지 또는 멧돼지 일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이곳은 무슬림 국가라 돼지고기는 안 먹을 텐데. 아무래도 키우는 것은 아닐테고.
밖에 나가 쫒을까하다가, 괜시리 나갔다가 공격을 당할 수도 있으니, 텐트 안이 안전해 보였다. 다행히 돼지들은 텐트를 멤돌뿐 건드리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경계를 했지만, 그냥 자는 게 낫겠다 싶어 잤다.
'소변이 마려웠지만, 당분간은 어쩔 수 없다'
새벽 2시 무렵, 눈이 떠졌다. 다행히 돼지들은 없는 것 같다. 밖에 나가 볼일을 보고 텐트에 들어왔다. 별일이 없어 다행이다.
PS. 오늘 오후 구간에는 마을이 없어, 저녁거리를 살만하고 곳이 없었다. 급한대로, 휴게소의 상점에 갔는데, 물 이외에 평소에 사던 것들(크림치즈, 햄, 등등)을 구입할 수 없었다.
다행히 빵은 식당에서 구입할 수 있었고, 우유도 큰 용량 대신 200ml 짜리를 구할 수 있었다.
빵은 평소대로 1리라에 구입가능했지만, 물은 1.5리라, 우유는 2리라. 물은 bim 이나 A101 의 3배, 우유는 5배다. 역시 휴게소는 비싸다.






[로그 정보]
달린 거리 : 73.316 km
누적 거리 : 23866.421 km
[고도 정보]
[지도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