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1일차 - 오랜만의 문화생활

몰도바에서 만났던 한국인 여행자로부터 “우크라이나에서 봤던 오페라공연을 꽤 좋았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인터넷을 통해 알아보니, 키예프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하는 공연이 있었다. 매일 하는 건 아니고, 특정 날짜에 있었는데, 오페라는 대사를 알아들 수 없을 것 같아서 발레 공연을 선택했다. 마침 오늘 저녁 7시에 하는 '백조의 호수' 공연이 있었다.

인터넷 결제를 하려는데, 계속해서 오류가 났다. 다른 카드로도 시도를 해봤는데, 이상하게도 체크카드로는 안되고 신용카드로 결제가 됐다.

티켓가격은 좌석위치에 따라 20흐리브냐(2~3000원)에서 500흐리브냐(6~7만원)까지 있었다. 중간정도 위치 티켓을 예매했다(100흐리브냐).
결제가 되면, 이메일로 e-ticket 이 온다. 이걸 출력하거나 휴대폰에 저장해서 현장의 티켓창구에 가서 보여주면 바로 티켓을 출력해서 준다. 오후 6시 15 분쯤 되서 공연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건물 외관도 그렇지만, 시설도 그렇고 아담한 크기의 전체적으로 옛날의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해놓은 듯한 분위기였다.

평일임에도 공연시간이 임박할 수록 좌석은 사람들로 채워져서, 7시에는 빈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예약할 당시에는 빈자리가 많았는데, 오늘 현장에서 구매해서 들어온 사람이 더 많은 듯. 현지인과 외국인 비율이 5:5 정도였는데, 우크라이나 들어와서 가장 많은 외국인을 여기서 봤다.

총 3막으로 이뤄진 공연이 시작되고, 관현악단의 음악과 함께 무용수들이 무대위에 등장했다.

'말 없이, 몸짓만으로도 충분히 어떤 것을 표현하려고 하는지를 알겠다'

문외한인 내가 보더라도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국가들의 발레가 왜 유명한 지를 알 수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2막 중반에 열리는 무도회였다. 3~4명이 한팀으로 이뤄진 그룹들이 하나씩 앞으로 나와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실력을 뽐내는 데, 스페인 탱고음악에 맞춰서 투우하는 모습을 표현했던 팀과 4명 마치 한사람처럼 똑같이 움직였던 팀이 특히 멋있었다.

그렇게 공연은 2시간 반 넘게 이어졌다. 마지막 피날레에서는 모든 관객이 기립박수를 쳤다.

이걸 안보고 우크라이나를 떠났다면 후회할 정도의 멋진 공연이었다.

PS. 이곳의 수돗물을 그냥 먹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처음에 와서 맛을 봤는데, 물맛이 좀 이상했다(짭조름하면서 소독약 냄새가 나는). 그래서 대부분 물을 사먹는다.
내가 사는 아파트 1층 현관 옆에 식수를 파는 기계가 있고, 길을 가다보면, 'вода' 라고 적힌 물을 파는 상점이 있다. 생수통에 물을 담아 파는데, 통은 보증금을 내고 살 수 있다.
전반적으로 물 값은 저렴한 편이다(6리터가 14흐리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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