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넘게 있었던 두샨베 숙소를 떠나는 날.
그동안 정들었던 쌤과 숙소 주인, 직원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오늘 국경을 넘을 지 내일 넘을지 고민을 했는데, 결국 오늘 넘는 걸로. 국경까지는 약 70여 킬로미터. 완만한 포장도로가 이어졌다.
국경까지 3km 를 남겨두고 발견한 가게에서 마지막 남은 타지키스탄 돈으로 물과 빵을 샀다.
타지키스탄 쪽 국경은 너무도 수월하게 넘을 수 있었다. 문제는 우즈베키스탄.
검문이 까다롭기로 여행자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한 그곳. 여권과 비자를 확인하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만 한 시간 가까이 걸렸다.
그리고 하이라이트인 소지품 검사.
직원이 패니어와 핸들바백을 분리하여 x-ray 검사대에 넣어야 된다고 했다.
그들은 통과한 짐들을 일일이 열어 확인했다. 어떤 것은 내게 뭐냐고 물어봤고, 특히 휴대폰, 카메라, 노트북은 직접 전원을 켜서 일일이 사진과 동영상을 확인했다.
출국하는 것도 아니고 입국하는 건데, 우즈베키스탄에서 찍은 사진도 없는데 이해할 수 없었다. usb 메모리는 직접 PC 에 꽂아 확인했다.
길고 긴 짐 검사가 끝나고, 나오니, 오후 4시가 넘었다. 약 2시간 가량이 걸린 것이다. 뒤죽박죽된 물건들을 다시 패니어에 정리하고 자전거에 실으니, 정신이 멍해지고 피곤이 몰려왔다.
그래도 여기서 잘 순 없으니, 가야 했다. 국경 검문소를 나오니, 환전상들이 몰려들었다.
그때 반대편에서 외국인 커플 자전거 여행자가 보였다.
그들은 벨기에에서 출발했고, 투르크메니스탄을 거쳐 10일간 우즈베키스탄을 여행하고 오늘 중으로 타지키스탄으로 넘어갈 거라고 했다.
그들에게 투르크메니스탄 비자를 받아 운이 좋다고 하니, 이란에서 비자를 받았는데, 다른 여행자들 역시 대부분 비자를 받았다고 했다.
'그럼 대사관 마다 다른 건가?'
그들과 심카드를 교환했다. 그리고 서로의 정보를 교환했다. 환율은 대략 1달러에 6300~6400 솜이라고 했다. 환율앱에 나온 금액(3000솜)보다도 2배이상 높은 것이다. 이 얘기를 했더니, 은행에서 환전을 하면, 3000 솜 대로 받지만, 시장에 있는 black market 에서 환전을 하면, 2배 이상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숙소에서 굳이 자지 않고도 registration paper 만 따로 얻을 수 있다고도 했다. 자신들은 부카라에서 그렇게 했다고. 그리고 캠핑하기는 수월했다고도 했다.
그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해가 어느덧 저물고 있는게 보였다. 그들과 헤어져 서둘러 안장 위에 올랐다. 숙소가 있는 Denau 까지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야영을 해야 했다.
다행이 얼마 가지 않아, 괜찮은 곳을 발견했고, 그곳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텐트를 쳐도 되냐고 물었다. 흔쾌히 OK 해서 서둘러 텐트를 쳤다.
벌써 여러번 국경을 넘었지만, 항상 혼란스럽고, 정신이 없다. 실제 달린 거리는 얼마 안되지만, 정신적으로 많이 피곤한 하루였다.
PS. 우즈베키스탄 입국 수속 때, 신청서 양식에 보유한 현금을 적는 란이 있었다. 270 달러가 있었는데, 퉁쳐서 200 달러를 적어서 냈다.
직원이 도장을 찍고나서, 나중에 소지품 검사를 하면서 270 달러가 나오니, 70달러는 벌금으로 내야 한다고 했다. 또한 20 유로도 있었는데, 적지 않았다며 이것도 벌금으로 내야 한다고 했다.
내가 신청서를 다시 쓰겠다고 하니, 이미 자신이 도장을 찍었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 했다.
'왜? 내가 다시 쓰면, 그것에 다시 도장을 찍으면 되는거 아닌가?'
그는 무조건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벌금을 내야 한다고 했다. 이해할 수 없었다.
실랑이 끝에 결국 벌금없이 원금을 그대로 돌려받을 수 있었다. 여행 시작부터 왠지 불안하다.
[로그 정보]
달린 거리 : 92.285 km
누적 거리 : 18296.134 km
[고도 정보]
[지도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