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돈을 인출하느라 미쳐 돌아다니질 못해서, 오늘은 이곳 타슈켄트에서 가볼 만한 곳을 둘러봤다.
가장 큰 시장과 무슬림 사원.

이곳들은 숙소에서 거리가 좀 되서(물론 걸어갈 수는 있지만), 지하철을 탔다. 검문검색으로 유명한 우즈베키스탄이라 어떨까 걱정을 했다. 숙소에서 만난 여행자에 따르면 괜찮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다만 지하철 내부를 찍으면 안된다고. 타슈켄트에는 총 3개의 지하철 노선이 있다.
한번 타는데 거리에 상관없이 1200솜이다. 괜찮은 가격이다. 돈을 내면 동전모양의 토큰을 준다. 들어갈 때만 기계에 넣고, 나올 때는 그냥 나오면 된다. 지하철을 타러갈 때, 총 2번을 검사한다. 지하철로 통하는 입구에서 한번, 그리고 토큰을 구입해서 개찰구를 통과하기전 한번.
이때 여권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그들은 가방을 열어 내용물을 확인한다. 이 모든 절차를 통과하면 비로소 지하철 승강장으로 갈 수 있다. 이곳에도 녹색 제목을 입은 경찰들이 보인다.
승강장은 전체적으로 어둡다. 조명탓이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탔던 지하철이 떠올랐다. 물론 시설은 알마티가 더 좋다. 승강장 내에 역 이름이 영어로 표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제복을 입은 여성에게 타슈켄트 지하철 노선도를 보여주며, chorsu 역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쪽에서 타세요'

전철에 타서도, 지하철 노선도가 그려진 그림이나 영어로 된 안내방송은 없었다. 역을 지나칠 때마다 카운트를 했으면 헤매지 않았을 텐데. 몇 정거장을 지나치고나서야, 깨달았다. 결국 내려야 하는 역을 지나쳤고, 다시 반대편으로 가는 전철을 타야했다.

전철 안에 열고 닫을 수 있는 창문이 있고, 대부분 이를 열고 운행한다는 점이 신기했다.

- chorus bazaar
가이드북에 따르면, 타슈켄트에서 가장 큰 시장이라고 한다. 사마르칸트에서 갔던 시장과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제품, 상품 별로 가게들이 잘 구분되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육류와 반찬들을 판매하는 곳이 인상깊었다. 둥근 돔 형태의 건물 안에 동심원을 그리며 절반은 육류, 나머지 절반은 반찬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특히 당근김치를 파는 곳들의 아주머니들은 나와 똑같이 생긴 한국사람들이다. 마치 남대문시장으로 착각할 정도로.

- khast imom
시장에서 북쪽으로 2~3km 걸어가면, 모스크가 나온다. 한쪽에서는 보수 공사가 한창이었다. 모스크 주변에는 공원이 있었는데, 평일이라 오가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 느긋하게 사원을 돌아보았다.
당연한 것일지는 모르지만, 처음에는 이런 형태의 모스크들이 상당히 신기하게 느껴졌는데, 여러 곳에서 자주 보다보니, 점차 그러련히 하게 된다.

PS. 남은 우즈베키스탄 일정동안 사용할 돈을 환전했다. chorus bazaar 입구에는 환전상들이 여럿 서있었다. 1달러에 6400 솜으로 가장 비싸게 환전했다. 블랙마켓에서 환전하는 것은 마치 어릴적 용산에서 워크맨을 사는 것과 비슷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금액을 먼저 부르면 안된다는 것. 환전상은 내가 원하는 금액을 말하라고 하지만, 환전상이 먼저 금액을 부르도록 해야 한다. 어쨌든 상당히 피곤한 일이다. 지폐를 세고 있는 동안 환전상은 경찰이 온다며 빨리 달러를 달라고 재촉했지만, 200 여장의 지폐를 세는 일이 어디 그리 쉬운가. 그들의 말과는 달리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경찰이 있었지만, 그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알면서도 단속하지 않는 듯한.

환전에 대해 좀 더 얘기하자면, 외국인만 블랙마켓에서 환전하는 것이 아니다. 거리를 다니다보면, 시장 말고도, 사람들의 이동이 많은 기차역 지하철역 들에서 뭉칫돈을 들고 있는 환전상을 자주 만난다. 그리고 그 옆에서 지폐를 세고 있는 현지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들도 아는 것이다. 블랙마켓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들.

PS2. 전 세계에서 돈 세는 기술을 꼽자면 우즈벡 사람들이 최고가 아닐까. 워낙 자주 많은 돈을 세기 때문에.

PS3. 고액을 거래하는 상점에는 지폐를 새는 기계가 있는 곳이 많다. 숙소나 주유소 등

PS4. 타슈켄트 숙소에 체크인할 때, 만난 자전거 커플 여행자가 있다. 그들은 내가 우즈베키스탄을 넘어올 때 함께 온 아르헨티나 여행자들이었다. 여기서 또 만나게 되다니. 그들은 카자흐스탄으로 이동해서 비행기로 이란을 갈 거라고 했다. 숙소에 머무는 동안, 그들과 이런 저런 얘기들을 많이 나눴다. 특히 현금을 들고 출국해야 하는 건에 대해서는 한 독일 커플이 안장 분리후, 프레임에 현금을 넣었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우수아이아와 파타고니아에 대해서도 정보를 얻었다. 그들은 3살배기 손자가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 였다. 그들은 오늘 떠난다고 하면서도, 저녁 10시가 다 되어 숙소를 출발했다.

'야간 라이딩은 너무 위험하지 않나요? 저 같으면 오늘 여기서 자고, 내일 아침 출발 할 거에요'
'괜찮아. 이게 아르헨티나 여행자의 방식이거든.'
'오늘 어디서 잘 거에요?'
'아마도 공원에서 잘 같은데?'

그들 말대로 그들은 정말로 자유로운 영혼 같았다. 여행의 내공과 경력이 무척이나 높은.
이란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는 그들은 어둠 속을 향해 페달링을 시작했다.


<집집마다 파이프가 연결되어 있다. 뭘까?>
























<자유로운 영혼의 여행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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