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라를 떠나야 하는 날짜가 다가오고 있다. 오늘은 자전거 점검과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했다.
1. 기름 찾아 삼만리(?)
타지키스탄 이후, 가솔린 버너를 사용하지 못했다. 그리고 어찌하다보니, 우즈벡에 들어와서도 지금껏 버너를 사용하지 않았다(정확히 말하면, 연소가 제대로 안되는 문제 때문에 사용하지 못했다). 앞으로의 일정에서 특히 투르크메니스탄에서는 지출을 최대한으로 줄일 생각으로 가솔린 버너를 사용하기로 하고, 주유소를 찾아 나섰다. 이곳 부하라에서는 주유소들이 도시 외곽에 있다. 그래서 4~5 km 를 걸어가야만 주유소를 찾을 수 있다. 타슈켄트에서는 AT91 까지 판매하는 것을 봤지만, 이곳 부하라에서는 AT80 만 판매하고 있었다. 참고로 숫자가 놓을 수록 더 고급이고 가격도 비싸다. AT91 이라고 적힌 주유기가 옆에 있긴 했지만, 물어보면, '니엣(없어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조금이라도 질 좋은 기름을 사고 싶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갔던 주유소마다 상황은 같았다. 3000 솜을 주고 AT80 기름 1리터를 샀다. 과연 되야 할텐데.
저녁을 먹고, 떨리는 마음으로 테스트를 해봤다. 과연?
처음에는 잘 연소가 되는가 싶더니, 얼마못가 불길은 사그라들었고, 꺼져버렸다.
'뭐가 문제지?'
이쯤 되니 도통 원인을 알 수 없었다.
'기름 문제인가? 버너 문제? 아니면, 펌프 문제?'
확실한 것 한 가지는 앞으로 남은 우즈베키스탄과 투르크 메니스탄에서 가솔린 버너를 사용하기는 어려워졌다는 것. 아침마다 몸을 녹일 수 있는 커피 한잔을 원했건만, 이건 너무나 큰 사치였단 말인가.
미련 때문에 여러번 시도를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3000 솜을 허공에 날린 셈이 되었다. 생각해보니, 요즘들어 가지고 있는 물건들이 하나 둘, 맛이 간다는 느낌이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집에가서 새것으로 바꿔오고 싶다.
2. 양말 3켤레에 2000원(10000 솜)
주유소를 향해 걸어가는 동안,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살폈다. 이유는 1.5 리터 패트병을 찾기 위해서 였다. 타슈켄트에서 돌아와보니, 주인 아저씨가 그동안 가지고 다니던 패트병을 버려버렸다.
패트병은 여러모로 유용하다. 물을 담는 기본적인 용도에서 부터, 냇가에서 물을 길어 올 수도 있고. 암튼.
주유소로 가는 도중에 한 현수막을 봤다. 대부분의 현수막은 이곳 언어로 쓰여져 있기 때문에 이해를 하지 못했지만, 이곳은 달랐다. 양말 한켤레가 2000 솜, 티셔츠 3장에 15000 솜.
양말이 필요했는데, 마침 잘 됐다.
들어가보니, 옆에 공장이 있고, 직영 매장 같았다. 각 제품에는 가격표가 적혀 있어서 좋았다. 섬유 산업으로 유명한 우즈베키스탄이다보니, 여러 나라에서 하청을 받아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것 같다. 나이키나 아디다스 등 유명 메이커가 찍힌 옷들이 걸려 있었다. 품질을 의심했지만, 만져보고 확인해보니, 괜찮았다. 원래는 한켤레만 사려던 것을 충동구매로 3 켤레를 샀다.
월요일 오전 임에도 현지인 손님들이 많았다. 역시 싸고 질 좋은 곳에는 항상 사람들이 붐비기 마련이다.
3. 자전거 점검
항상 하던 위클리 점검을 했다. 체인 길이를 측정했는데, 교체해야할 수치(체인 7마디 기준)인 17.95 언저리에 걸쳐 있다. 20cm 자로 측정하다보니, 정밀하지는 않다.
'이란가서 바꿀까? 근데 체인을 언제 바꿨지?'
기억이 나지 않아, 일기를 검색해봤다. 올해 1월 인도 임팔에서 바꿨다. 아주 오래전 일로 기억된다. 거리로만 따져도 거의 4~5000km 이상은 달린 것 같다.
바로 교체하기로 했다.
체인 교체 동영상을 여러번 시청후, 체인커터기를 사용해 작업했다. 지난번 부모님으로부터 공수 받은 체인이 있어서 다행이다. 다음 교체는 유럽에서 하지 않을까.
4. 중요한(?) 작업
타슈켄트 숙소에서 만난 아르헨티나 자전거 여행자들로부터 들은 얘기대로 안장 싯포스트를 분리한 후, 프레임에 현금을 넣기로 하고 작업에 돌입했다. 지폐만 10 장이 넘어 과연 들어갈까 했는데, 다행히도 무리없이 들어갔다. 다시 싯포스트를 프레임에 넣고 볼트를 조였다.
'잘 되야 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