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르칸트까지는 90여 킬로미터 남짓. 중간에 1700m 고개를 넘어야 하기 때문에 오늘은 캠핑을 하고, 내일 정도에 사마르칸트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었다.
오전 7시 정도에 숙소를 나왔다. 이틀을 묵었기 때문에 registration paper 가 두장 일 줄 알았는데, 한장이었다. 명함크기보다 작은 종이 쪽지 였는데, 포맷은 간단했다.
체크인, 체크아웃 날짜, 이름, 여권번호가 전부다. 처음 묵은 숙소의 경우, 숙소 이름과 연락처도 함께 있었는데, 이곳은 이것도 없다.
이 정도면, 내가 직접 만들어서 작성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우즈베키스탄을 달리면서 기존의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가장 큰 다른 점을 꼽자면, 주변에 나무나 물을 거의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마치 사막을 달리는 듯한. 그도 그럴 것이 언제 비가 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매일 햇볕이 쨍쨍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이쯤되면, 사막화가 안되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타지키스탄이나 키르기스스탄은 그나마 높은 산들이 있기 때문에, 물이 항상 흘러 내렸지만, 우즈베키스탄은 오늘 넘을 1700m 고개를 제외하면, 평균 고도가 100 여 미터 정도다. 그러니 물을 머금을 수도 없고, 비가 오지 않으니 자연스레 사막화가 진행되는 것이 아닐까.
출발 한지 얼마되지 않아, 산 길이 이어졌고, 곧 끌바가 시작되었다. 고도가 1000m 를 넘어가면서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볼 수 있었다. 보기에는 깨끗해보였다. 올라가는 도로 주변 곳곳에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이곳에서 물을 끌어 쓰기위해 설치한 호스들 때문에 정작 자연스레 흘러내려야 할 계곡에는 물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점심을 먹고 고개 정상에 이르니 'Samarkand' 라는 표지석이 보였다.
'이제 내리막만 남았구나'
평소같았으면, 내리막을 즐길 생각에 한숨 돌릴 수 있겠지만, 우즈베키스탄의 도로는 포장도로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노면이 고르지 못하고, 패인 부분이 많아, 이런 곳을 지날 때는 자전거가 심하게 요동친다. 다운힐 임에도 브레이크를 잡고 내려갔다. 며칠 전, 내리막에서 앞쪽 패니어 고리부분이 부러지는 문제가 발생했기에 더욱 조심해야 했다.
사마르칸트까지는 은근한 내리막 길이 이어졌다. 시내에 거의 다다라서 캠핑을 할까도 생각했지만, 도심에 가까울 수록 적당한 장소를 찾기가 어려웠다. 결국, 오늘 사마르칸트에 들어가는 것으로 결정하고 가이드북에 나온 숙소 중 한 곳을 찾아갔다.
숙소에 들어가니 자전거 6대가 보였다. 그중 몇 대에는 태극기가 붙어있었다. 혹시 전에 무르갑에서 만났던 그분들인가.
밤이 되서야, 자전거의 주인들을 볼 수 있었다. 내 예상이 맞았다. 이런 걸 보면, 세상은 참 넓으면서도 한편 좁다는 걸 실감한다.
PS. 우즈베키스탄에 들어와서 도착한 가장 큰 도시(?)인 사마르칸트. 이곳에 잡은 숙소는 두샨베에서 묵었던 숙소와 확연히 비교가 될 정도로 열악하다. 가격은 10달러로 동일하지만. 무엇보다, 인터넷 속도는 그야말로 안습. 대도시에 오면, 그동안 안되던 유심 인터넷도 될 줄 알았는데, 그대로다.
PS2. 오자마자 이곳에서 외국인이 유심카드를 구입할 수 있는지를 알아봤다. 대답은 'no'.
어제와 마찬가지로 외국인은 안된다는 것. 이나라 이해할 수가 없다. 유심이 뭐그리 대단한 거라고.
PS3. 난(HOH)은 이곳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이다. 언제 어디서든 빠지는 데가 없다. 오후 5시경, 사마르칸트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버스에서 내려 맞은편 가게에서 난을 사가지고 돌아온다. 난은 갓 만든 따뜻할 때 가장 맛있다. 하지만, 식어도 나름의 맛이 있다. 오랜시간 두어도 괜찮다. 내용물이 들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씹으면 씹을 수록 단맛이 난다.
[로그 정보]
달린 거리 : 95.604 km
누적 거리 : 18697.433 km
[고도 정보]
[지도 정보]